제목: 영혼이 굶주리면 갈 곳은...
이름: 안중태


등록일: 2008-07-07 22:06
조회수: 1629 / 추천수: 153


"영혼이 굶주리면 교회밖에 갈 곳이 없습니다. 문화로는 만족할 수 없는 갈망이 있음을 잊지 말고, 그들을 품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사역에 임해주세요."

지난해 7월 세례를 받고 '지성인'에서 '영성인'으로 거듭난 이어령(74)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지난 6월 30일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이 주최한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신앙과 문화의 차이”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교수는 "인간의 지성과 감성으로 이해 가능한 문턱까지를 문화라고 한다면, 그 문지방을 넘어 지성과 감성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관여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해석 가능한 것을 종교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부활과 영생을 예로 들면서 “이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고, 알 수도 없다”며 “우리의 지성은 우리가 쓰는 언어 이상의 것을 알 수 없고, 감성은 우리의 육체가 느끼는 이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배나 집회현장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찬양이나 영상 등 문화적인 접근에 대해서도 감성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가야지 감성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촛불시위를 예로 들면서 “촛불시위 현장에 가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문화적 차원에서도 감성이나 지성을 통한 감동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기독교의 파워는 그런 데서 오지 않는다.” 고 단언했다. “기독교가 그런 문화적 차원이었다면 나는 세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의 파워’, ‘하나님의 파워’에 대해 “히틀러가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우리도 6·25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 통에 하나님이 어디 계셨는가를 질문하지 않았는가? 이런 것을 보면 하나님을 믿을 수 없다”며 하나님의 파워는 세상적인 파워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파워는 권력과 돈, 전쟁 등과는 전혀 다른, ‘죽음을 이기는 파워’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앙이란 내가 비록 사업이 망한다 해도 믿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 믿는 것이며, 기적이 일어나서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것은 거래가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에서 ‘(Al)Though(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강의의 초점은 물질과 사랑으로 옮겨갔다.
“복지는 ‘사랑’이지 물질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며 “물질은 마귀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랑이 뭔가?”라고 물으며  "보건복지가족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기독교가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기독교가 아니다"면서 요즘 교회가 세상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기독교의 본래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빵 만드는 것을 사랑의 일부로 넣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문화를 뛰어넘은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다.  우리의 최대 신앙은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며 사랑을 신앙의 핵심으로 꼽았다. 또한 “참된 신앙은 예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님을 부르짖는 것이다. 참된 신앙은 감동이 있고 눈물이 있다.”며 참된 신앙을 정의했다.

“아직 믿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성경을 깊이 공부한 적이 없지만, 요즘은 마귀의 세 가지 시험에 굴복한 교회가 진짜 교회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교회가 세속화되고, 정치참여나 사회참여를 통해 ‘정의롭다’고 생각할수록 악마의 유혹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의로워도 사랑이 없다면 고린도전서 13장이 말하듯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것이 미래교회의 쟁점이고, 기독교인 감소문제의 열쇠가 될 텐데도 우리는 여전히 기도만 하면 ‘알라딘의 램프’처럼 하나님이 다 들어주실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님은 우리 머슴이 아니고, 우리가 하나님의 머슴 되어야 한다.” 라고 강조하면서 하나님을 우리에게 복을 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현대 교인들의 모습을 꼬집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만한 그릇이 된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역할을 요구하신다. 그래서 나는 절대 장로나 목사가 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교수는 최근 교인들의 감소 현상에 대해 “교회에서 종교와 문화의 확연한 구분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의식도 엄격했고 복장도 갖춰야했지만, 점차 일상 속에서 믿게 되고 세속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근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깝게 느껴져서 교인들을 많이 늘어나게 했지만, 문명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면서 옛날 신앙으로 돌아가려는 ‘종교 회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교세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영혼의 간구가 시작되고 있으며, 진짜 교회는 여기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같이 안 믿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찬 바닥에서 기도하게 하는 것, 이것이 있어야 한다.”며 이것은 악마도 만들 수 있는 ‘빵’이나 문화의 힘으로는 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혼이 굶주리면 교회밖에 갈 곳이 없다”며 “문화로는 만족할 수 없는 갈망이 있음을 잊지 말고, 그들을 품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사역에 임해 달라”고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무엇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는가. 무엇이 문화의 정상에 서 있던 나를 모든 것을 버리고 교회로 오게 했는가? 며 자신의 개인적인 간증을 나눴다.
이 교수는 이제 세례 받은 지 딱 1년이 됐다며 세례를 받고 인터넷을 봤더니 자신을 욕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했다. ‘당신이 지성인이라면서 기독교를 믿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한국문화의 위대성을 얘기하던 사람이 서양 무당에게 무릎 꿇다니… 배신자’ 등등의 글을 봤다는 그는 “이런 사람들은 가슴 속에서 사탄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고, 나 때문에 믿을 것 같으니 나를 욕하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이런 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독교인이 하나 늘겠구나, 바울이 하나 나타났구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기독교는 하나의 민족종교가 아니라 세계 종교”라고 답했다.

자신의 딸이 기적을 체험했기 때문에 신자가 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이적을 믿지 않으며, 기적 때문에 믿는다면 잘못 믿는 것”이라고 했다. 기적이나 돈, 권세, 건강 등은 절실히 필요하지만 영원한 힘이 없다며 대신 단 하나 영원한 것인 ‘부활’을 믿는다고 했다.

세례를 받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는 그는 “내가 기적을 봤기 때문에 세례를 받았다면, 값어치 없는 회심이 될 것”이라고 했으며, 자신의 가슴을 쳐 세례 받게 했던 말씀으로 마태복음 22장에 등장하는 ‘두 아들의 비유’를 들었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이해한 기독교는 알지 못하고 지은 죄에 대해서는 아무리 나쁘더라도 용서하지만, 알고 지은 죄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고, 이는 종교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했으며, 마태복음 21장에 나오는 포도원 농부의 비유를 언급하며 “예수를 잡아 죽인 자는 교회를 지키던 종교지도자들”이라고도 했다.

“이런 얘기 하면 혼날 수 있지만, 아직 얼마 안 돼서 하나님도 봐 주고 계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한 이 교수는 “문화의 최정상에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자유로운 글쓰기를 포기하고 여기로 나온 이유는, 문화와 종교는 다르며 지성과 감성 위에 영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성과 감성을 갖춘 사람은 많지만, 영성을 갖춘 이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성이 있는 사람 앞이라면 열 살 어린아이라도, 하찮은 고기잡이 어부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이날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주님의 사랑으로 서게 됐다”며 “교회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또는 초신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떠한가 하는 마음으로 들어 달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으며,  “영성은 오직 기도와 말씀으로부터 온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영성을 키울 수 없다. 그리고 영성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기도와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은혜 가운데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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